자료실

HR 트렌드 및 다양한 교육 자료를 제공합니다

협상

박승주의 협상이야기 #8. 승자의 비극 (Winner`s curse) 2018-03-29
첨부파일 조회수 7502

~~~ 어느 날, 당신은 외투 하나를 사려고 시장에 갔다. 당신이 사려고 했던 스타일의 외투가 가게에 걸려 있었고 가격은 12만원이라고 붙어 있었다. 당신은 그 동안의 협상기술을 써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10만원의 목표가격을 정했다.

그리고는 주인에게 ‘이 것 좀 비싼데, 그냥 10만원에 주세요’ 라고 단호하게 이야기 했다. 주인이 ‘No!!!’ 라고 이야기 할 것을 기대하면서, 당신은 다음에는 뭐라고 이야기 할까 구상 중이었다. ~~~

그러나 주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그럽시다’ 였다. 아주 인심 쓴다는 표정이다.

이 상황에서 당신은 목표를 달성한 뿌듯함에 기분 좋게 그 외투를 들고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이거 뭔가 이상하다. 혹시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 아냐?’ 라고 생각할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이 바보야, 더 좋은 가격에 구할 수 있었는데... 8만원쯤 불러도 될 뻔 했는데’라고 후회하면서 돌아올 것인가?

아마도 기분 좋게 돌아올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 더 잘 할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가득할 것이다.

이런 경우를 협상에서는 ‘승자의 비극(winner’s curse)’이라고 한다.

이긴 것 같지만 이긴 것 같지 않은 기분이라는 것이다. 분명 내 요구대로 합의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협상테이블에 돈을 놓고 그냥 온 것 같은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당신은 이 상황에서 너무 작게 요구했다. 아니 당신의 목표가격을 너무 빨리 노출해버리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항상 협상에서는 크게 원해야 한다. 그러면 당신이 협상 전에 설정했던 목표치 이상의 결과를 얻어낼 수가 있다. 앞의 상황에서 당신이 10만원의 목표가격을 정했다면 당신은 그 이하 9만원, 아니 8만원을 최초 요구 가격으로 제시했어야 한다. 결국 흥정의 최종 결과가 10만원에 합의하는 것으로 끝났어도 당신은 그 이상한 기분으로부터 해방될 수가 있다.

만일 당신이 그 가게 상인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상대의 최초 가격을 그렇게 쉽게 수락하면 상대의 구매 만족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설령 그 가격이 상대의 희망가격이라고 하더라도 상대는 ‘뭔가 속은 듯’ 한 감정에 휘말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감정을 가지고 돌아가는 손님이 다시 우리 가게에 와서 기분 좋게 흥정에 임할 것인가?

그럴 확률은 별로 없다고 자신한다. 또 어쩔 수 없이 우리 가게를 찾더라도 그 손님은 다음에는 그런 ‘속은 듯한 느낌’ 을 없애기 위해서 더 강경하고 공격적인 자세로 흥정에 임할 것이다. 결국 한 번은 성공했지만 ‘다음이 없거나, 이번보다 더 힘들거나’ 한 거래를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협상을 통해 여러 가지 가치를 주고 받는다. 그 가치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상대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 관계’ 이다.

만일 상황을 바꾸어서 손님이 10만원의 최초 가격을 요구했을 때, 당신이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아이구 손님 좀 심하세요. 어떻게 장사하라고...’ 라고 처음엔 거절하고 상대의 제의에 적절한 응대 후에 ‘그럼, 손님이 그렇게 원하시니까 다음에 또 찾아달라고 만원 빼드려서 11만원에 해 드릴께요’ 라고 응수한다면 어떻게 될까?

손님에 따라서 11만원에 사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좀 더 집요하게 흥정을 해서 10만원에 사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10만원에 샀든, 11만원에 샀든 그 손님은 결과에 대해서 무척 만족하면서 돌아갈 것이다. 적어도 앞에서 바로 10만원에 구입하고 이상한 감정에 휘말려 돌아가는 손님보다는 구매만족도가 훨씬 높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다음에 그 흥정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또 당신의 가게를 찾을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이처럼 협상은 주고 받는 눈에 보이는 가치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 낸다.

기업과 기업의 거래, 기업과 개인의 거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상대의 요구 가격이나 할인 요청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나면 다음 거래가 어려워진다. 때에 따라서는 당신이 양보하지 못하는 것들을 양보하길 요구하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 회사가 제시한 가격에 대한 정당성, 합리성을 의심 받게 되기도 한다.

‘더 잘 할 수도 있었는데’라고 하는 승자의 비극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요구는 기대보다 크게 원해라. 그리고 상대의 첫 번째 제안은 거절하라.

상대의 제안에 크게 놀라며 반색하는 행위를 협상에서는 ‘플린칭(flinching)’이라고 한다. 이 플린칭의 힘은 논리적인 거절보다 강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플린칭을 통해 상대가 ‘스스로 이기는 협상을 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플린칭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협상 강의 중에 교육 참가자로 하여금 연습을 시키기도 한다.

당신이 구매자라면 당신의 목표치 이상으로 요구해라. 절대 최초의 제안이 당신의 목표치와 같으면 안된다.

또 당신이 판매자라면 설령 상대가 당신이 들어줄 수 있는 범위 내의 요구를 하더라도 플린칭을 통해서 당신이 많이 양보하는 것처럼 행동하라. 그것이 나중에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라는 승자의 비극을 피하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음글 박승주의 협상이야기 #7. 협상에서 외모에 대한 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