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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박승주의 협상이야기 #14. 협상 하면 안되는 경우 2018-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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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은 생활이며, 생활은 협상의 연속 ’ 이라고 강조하는 필자는 가끔 이런 질문을 받고는 당황해 한다.

“ 정말 모든 게 협상이고, 어떤 경우에도, 어떤 상대와도 협상해야 합니까? ”

무척 어려운 질문이다. 분명 협상을 해서는 안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협상은 사람을 다루는 기술임에는 분명하지만 무조건 협상기술을 사용하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아니 어쩌면 협상을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구분하는 것이 협상의 첫 번째 기술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협상을 해서는 안되는 경우가 몇 가지 있다. 이런 경우에는 협상기술을 사용하지 말고, 그냥 상대의 요구를 수용하거나, 상대와의 논의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

1. 상대가 협상능력이 전혀 없는 경우

협상능력이 전혀 없는 상대를 대상으로 협상기술을 펼치는 것은 무기가 없고 싸울 의사가 전혀 없는 상대에게 칼을 들이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얻고 싶은 것을 얻어낼 수는 있으나 그 후에 느끼는 만족감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상대는 나중에 당신이 영악한 기술로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할 것이다.

절대적인 약자와 협상하지 말고, 자신에게 치명적인 상황을 만들어내지 않는 한 양보하라.

2. 협상을 통해 얻어낸 최대의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경우

당신이 친구들과 부산으로 여행을 가기로 결정하고, 이동 수단을 선택하는 문제로 논의를 하고 있다. 당신의 친구 중 한 사람은 기차로 가자고 주장한다. 낭만적이고 운치가 있으므로 기차를 이용하자고 한다. 당신은 비행기를 이용하고 싶다. 이동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비행기를 이용하더라도 공항을 이용하기 위해 이동하는 시간이 있으므로 시간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이럴 때는 굳이 자신의 주장을 펼치지 말고 흔쾌히 친구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이 이익이다.

시장에 가서 콩나물 천 원어치 사는 것, 집안 청소하면서 역할을 분담하는 것, 휴일에 장보러 가면서 아내와 동행하는 것과 같은 일들은 협상을 통해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이 느끼지도 못할 만큼 작다.

이런 경우를 이겨야 본전이라는 것이다. 콩나물 천 원어치 사면서 더 얻어낸다고 얼마나 얻어내겠는가? 물론 ‘티끌 모아 태산’ 이라는 속담을 들먹이면서 필자에게 알뜰함을 강조하고 싶으신 분은 그냥 협상하면 된다.

또 집안 청소의 역할을 정할 때 아예 청소에서 제외시켜 주시 않는 한 얻을 것도 없고, 괜히 눈치만 보게 된다. 당신이 휴일에 장에 가지 않고 잠을 잘 수는 있겠지만 혼자 다녀온 아내의 신경질과 잔소리를 감당하느니 차라리 기분 좋게 다녀오는 것이 낫다.

이런 것을 ‘이 잡느라 초가삼간 태운다’ 고 하는 것이다.

얻어낼 것이 없으면 협상을 하지 마라. 그러나 잘 보면 흔쾌히 상대의 요구에 응하는 것도 결국은 시간을 절약하거나, 노력을 절약하거나, 닥칠지 모르는 위험(?)을 예방하는 것이니 이 또한 훌륭한 협상이라 하겠다.

3. 상대와의 관계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경우

협상은 관계를 기반으로 한 인간관계 기술이다. 그러므로 상대와의 관계가 어떻게 설정되는가에 따라 협상의 전략과 사용되는 기술이 달라진다. 전략과 기술이 달라진다는 것은 협상테이블에서 주고받는 가치의 종류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대와의 관계가 중요한 경우는 관계를 얻기 위해 다른 가치들을 양보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가치들이 상대와의 관계와 거래될 수 없을 만큼 관계가 중요하다면 당신은 협상을 포기하라. 그리고 그 무엇이라도 양보하라.

잘 생각해보면 이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중요한 관계는 거의 없으며, 그런 관계 속에서는 상대 역시 무엇이라도 양보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관계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이는 절대로 헤어질 수 없는 사이를 이야기 할 것이다. 부모 자식, 형제 등을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관계 사이에도 협상은 이루어진다. 아니 협상을 통해서 더욱 관계가 강화되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관계가 너무 중요하므로 협상을 포기해야 할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4. 목숨을 담보할 만큼 위험한 경우

어느 날 당신이 늦게 집으로 가고 있는데, 어두운 골목길에서 칼을 든 강도를 만났다. 그는 ‘목숨이 아깝거든 가지고 있는 돈을 다 내놓아라’ 라고 요구하고 있다. 당신이 알기에도 이 골목은 늦은 시간에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으므로 도움을 요청할 길이 없어 보인다.

당신은 배운 협상력을 활용해보기로 하고 그에게 이런 제시를 한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제가 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당신과 그 것에 대해서 충분히 논의할 의사가 있습니다. 우리 함께 이야기 해 볼까요?’

이런 경우를 우리는 ‘아는 것이 병이고, 모르는 게 약’ 인 경우라고 한다.

5.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는 경우

내가 줄 것이 없으면 협상해서는 안된다. 자칫하면 항상 바라기만 하는 파렴치한 인간이 될 수 있다. 물론 꼭 여기서 주는 것은 돈이나 물질처럼 눈에 보이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신용, 믿음과 같이 보이지 않는 것을 포함해서 줄 것이 없다면 요구하지도 말아라.

그러나, 나중에 주겠다는 미래의 가치 마저 줄 수 없는 상황이 당신이 사는 동안 몇 번이나 일어나겠는가?

위의 다섯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 우린 협상하면서 산다. 결국 협상해서는 안되는 경우, 할 필요가 없는 경우를 찾다 보니 결국 우리는 그냥 협상의 연속 선상에 놓여있다는 것을 재 확인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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