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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박승주의 협상이야기 #3. 내용과 표현의 균형을 맞춰라. 2018-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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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장터에서 약장수의 공연을 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애들은 가라'로 시작해서 그들의 유창한 언변에 넋이 나가 한참을 바라보곤 했다.

그러나 그의 뛰어난 언변에 비해 약을 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고 보면 그의 뛰어나고 유창한 말솜씨는 사람을 모으는 도구로 사용되었을 뿐 모인 사람들이 약을 사도록 설득하는 도구로 사용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뛰어난 언변은 누구나 가지고 싶어하는 대단한 기술이다.

협상테이블에서의 언변은 엄청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러나 협상에 있어서 가끔은 뛰어난 언변이 장애가 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협상의 방해가 되는 뛰어난 언변은 표현의 지나침때문이다. 우리의 말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말의 내용과 표현이다. 말의 내용은 말하는 사람이 전달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의도이고 표현은 그 의도를 전달하는 수단이다.

물론 어떤이는 언어의 형식(목소리, 빠르기, 쉼, 강약, 고저)이나 비언어적 요소(제스처를 비롯한 시각적 요소)를 이야기 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순수하게 말 자체 즉 어휘만을 다루고자 한다.

 

같은 말도 서로 다른 어휘를 사용하게 되면 받아들이는 사람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

예를 들어 '어제 본 영화는 정말 재미 있었어'라고 말하는 것보다 '어제 그 영화를 보고 나서 아직도 그 느낌이 남아있는 것 같아', '어제 영화를 보면서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것 같이 빠져 있었어'라고 표현한다면 받아들이는 사람의 느낌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단순히 '그 영화가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도대체 얼마나 재미 있는 영화길래 그렇게나 빠져들었을까?'하는 호기심이 생길 것이다.

 

협상테이블에서도 이런 표현의 효과는 나타나기 마련이다.

'오늘 좋은 거래를 해봅시다'라는 단순한 표현보다는 '왠지 오늘 거래를 통해서 우리 회사가 그쪽 회사와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가 더 구체적이고 강렬한 희망을 표시하는 것 같다.

협상은 심리를 다루는 기술이기 때문에 이런 표현력의 효과는 더 강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이런 경우도 있다.

'저는 8%의 할인을 요구합니다'라는 직설적인 표현을 접어두고 '8%의 할인만 해주신다면 아주 좋은 거래가 될 것 같습니다'라고 표현했다고 하자. 상대는 당신의 8% 요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전자가 당신의 강한 의지를 표현했다고 하면 후자의 경우는 어딘가 모르게 유동적인 당신의 입장을 표현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상대는 아마 '아 이 사람이 요구하는 8%를 들어주게 되면 이 사람은 정말 유리한 거래를 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나는 손해를 볼지도 몰라'라고 방어적인 생각을 하게 되거나 '어 이거 오늘 예상외로 잘 풀리겠는걸. 8%의 할인을 주면서 큰 걸 요구할 수 있겠는데'라고 공격적인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가끔 이런 경우도 본다.

상대의 할인 요구에 대해서 너무 많은 이유를 달다가 스스로 함정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물론 할인을 요구하시는 것은 당연합니다만, 최근 원자재 가의 상승과 인건비의 상승으로 인해서 저희 역시 어려움에 빠져 있는 것을 이해해 주십시오. 원자재 가격이 얼마나 많이 올랐는지 아마 모르실 겁니다. 인건비는 어떻구요'

이런 경우 상대에게 허점을 찔릴 수도 있다.

'저희가 고려해야 하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의 상승 현황에 대해서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할 수 있으시겠지요? 그럼 그 항목에 대한 명세를 가지고 다시 이야기 하시지요'

만일 당신이 시간에 쫒기고 있는 상황이라면 결정을 미루자는 상대의 제안에 적잖이 당황할 것이 분명하다. 이런 경우 묻지도 않은 상황에 대해서 미리 답하는 것이 좋지 않다. 그냥 상대의 요구에 대해 답만 하는 것이 좋다.

'물론 구매하시는 입장에서 비용을 줄이시려는 것은 당연합니다만 저희의 입장도 고려해주십시오'

 

그럼 언제 어떤 상황에서 내용과 표현의 비중을 달리해야 할까?

 

1. 본론에 들어가기 전의 분위기 형성에서는 표현을 늘려라.

 본론에 들어가기 전의 가벼운 대화는 협상에 도움을 준다. 이때 대화의 소재는 흥미, 재미, 긍정적인

요소가 가미된 것이어야 한다. 또한 상대에 대한 칭찬이나 긍정적인 평가를 하게 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당신의 표현력을 극대화 해도 된다. 가끔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표현해도 된다.

'어제 신문을 봤는데 귀사에 대한 좋은 이야기가 실려있더군요. 이런 직장에 다니시는 분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이런 기업과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만 해도 저에

게는 큰 행운입니다'

 

2. 상대가 방어적이거나 양측의 입장이 팽팽할 때는 잠시 이탈하면서 표현을 늘려라.

 '우리가 이렇게 서로에게 고집스럽게 보이는 것은 사실 조직 입장에서 보면 무척 바람직한 거겠지요?', '이쯤에서 우리가 좋은 차 한 잔 나눈다고 해서 과장님의 입장이 달라질거라 기대한다면 제가

현실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걸까요?', '제가 회사를 위해 이렇게 애쓰시는 것을 사장님께서도 알아주셔야 할건데, 그건 부장님도 같은 생각이시죠?'

 

3. 강한 요구, 상대의 요구에 대한 거절은 내용에 집중하라.

 이런 경우 자칫하면 상대의 기대를 키울 수 있다. 애매한 표현, 추상적인 표현은 당신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이럴 때는 간단하게 이야기 하고 상대의 반응을 기다려라.

'제 요구는 여기까지입니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한계는 ***입니다'

 

4. 합의 내용을 요약하거나 확인할 때는 절대적으로 내용에 집중하라.

 '우리가 오늘 합의한 내용을 요약해보면 첫째, 납기는 ***, 둘째, 가격은 귀사의 입장은 얼마, 우리의 입장은 얼마인데 조정할 수 있는지 서로 확인해보고 다음 회합에서 이야기 하기로 했으며...'

여기서 애매하거나 장황한 표현을 사용하면 서로의 의도에 대해 오해나 왜곡이 생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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