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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박승주의 협상이야기 #5. 양보도 기술적으로 하라. 2018-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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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는 양보는 정말 바보 같은 짓이다. 양보는 반드시 명분을 확보한 다음에 하라. 명분 없는 양보는 당신을 맹물처럼 만만한 사람으로 보이게 할 것이다.'

 

 

 

 

 

결혼 1년 차인 당신 부부는 공교롭게도 시어머님의 생신과 사촌 동생의 결혼식이 겹치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시댁이 지방인 탓에 어쩔 수 없이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결혼 후 처음 맞이하는 시어머니의 생신에 남편 혼자 보내고 사촌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할 만큼 배짱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친남매처럼 지내온 사촌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해서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다.

 

 

이미 당신의 마음 속에서 결론은 내린 상태이다. 시댁에 가서 시어머니 생신을 축하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사촌 동생의 결혼식에 미련이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고, 또 참석하지는 못하더라도 특별한 축하를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일단 당신은 사촌동생 결혼에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편은 펄쩍 뛰면서 반대했지만 당신은 이틀 전까지 입장을 고수하기로 했다. 당신은 ‘어머니 생신은 내년에 또 오지만 사촌동생 결혼식은 일생에 한번’이라는 논리로 남편의 압력을 견뎌 냈다. 처음에는 무작정 고집만 부리던 남편도 막상 이틀 후로 날짜가 임박하자 협상을 요구했다. 이 일이 해결되지 않으면 자기의 얼굴도 말이 아니다 싶었을 것이다.

 

 

당신은 이 때다 싶어서 사촌동생에게 특별한 축하를 해줄 것을 요청했고, 결국 당신과 남편은 사촌동생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면 따로 만나서 근사한 저녁식사와 함께 선물을 전달하기로 합의하고 기분 좋게 시댁으로 떠났다. 시댁으로 가는 동안 남편은 마지막에 양보해준 당신에게 고마워했다.

 

 

 

 

 

 

 

만일 당신이 초반에 양보를 했더라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둘 사이의 싸움이 당신의 패배로 끝난 것처럼 될 것이다. 주변에서 마지막에 갈등이 극적으로 타결되어 양보의 가치를 높이고,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는 모습을 우리는 자주 본다. 긴 파업 뒤의 노사 합의가 그렇고, 긴 신경전과 갈등 끝에 타결되는 국제 협상이 그렇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양보하는 것이 미덕으로 배워 왔다. 윗사람에게는 아랫사람으로서 양보를 하고, 아랫사람에게는 윗사람으로서 베푸는 미덕으로서 양보를 강요 당해오기도 하였다. 조건 없는 양보를 마치 인격의 한 축에서 보기도 하고, 시원스런 양보를 하면 호인이라고 여겨오기도 했다. 특히 여성은 더욱 양보하고 순종하는 것이 여성스러운 것이라고 강요 당해오지 않았던가?

 

 

무언가 입장이 맞서게 되면 누군가 하나가 일방적으로 양보하면서 한쪽의 입장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기가 쉽다. 하지만 이런 양보는 부작용을 포함하게 된다. 어쨌든 자기의 입장을 포기한 사람은 패배의식에 사로잡히기 쉽다. 만일 당신이 초반에 논리에 밀려서 양보했다면 시댁으로 가는 길이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을 수도 있고, 조금만 여행의 불편함이나 부족함이 있으면 사촌동생의 결혼식에 대한 아쉬움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사촌동생과는 따로 축하할 시간도 가지고, 사촌동생에게 남편의 배려를 느끼게 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 즐거운 마음으로 시어머니의 생신을 축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양보는 협상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어찌 보면 전혀 양보 없는 협상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관점에서 볼 때 양보의 기술을 터득하는 것은 능숙한 협상가로 가는 필수적인 항목일 것이다.

 

 

 

 

 

 

 

 

1.쉽게 양보하지 말고 고생을 시켜라.

 

 

쉽게 얻은 것은 그다지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다. 어렵게 얻은 가치일수록 더 빛나고 소중한 것이다. 어차피 양보할 생각이었다 하더라고, 또 허용범위의 양보라고 해도 당신이 얼마나 어렵게 주느냐에 따라서 상대가 느끼는 가치는 다르다.

 

 

협상은 얻기 위해 주는 것이다. 줄만한 것을 주고 얻어내고자 하는 것을 얻어내는 과정인 것이다. 결국 내가 쉽게 줄 수 있는 것도 고생을 시키고 양보하라. 상대가 가치 있게 느낀다면 당신은 얻어내고자 하는 것을 보다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 양보에 조건을 달아라.

 

 

당신이 양보하기 이전에 상대의 선양보를 요구하라. 이런 식으로 말하라.

 

 

“만일 귀사에서 품질을 좀 높여주신다면, 가격은 저희가 양보를 하겠습니다”

 

 

“그 쪽 팀에서 비용을 대신다면, 저희는 인원을 한 명 더 지원하겠습니다”

 

 

“당신이 주말에 아이와 한 시간씩만 놀아준다면, 이번 학부형 총회는 내가 갈께”

 

 

“네가 매일 방 정리를 잘 한다면, 한 시간씩 만화 영화 보는 것을 허락 할께”

 

 

이런 요구를 할 때 조심해야 할 것은 반드시 조건을 앞에 붙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더 강한 효과를 가져온다. 만일 아이와 방 정리에 대해 이야기 할 때, 한 시간씩 만화영화 보는 것을 허락할 테니 방 정리를 잘 하라고 한다면 이미 당신은 양보를 한 상황에서 아이에게 한가지 요구를 더하는 셈이 된다. 한번 물러난 상대는 계속 물러난다. 그러므로 양보에 조건을 달되, 상대에게 먼저 양보를 요구하라.

 

 

 

 

 

 

 

 

3. 양보를 계획하라.

 

 

양보는 기분에 하는 것도 아니고,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하는 것도 아니다. 양보는 당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하는 것이다. 물론 양보의 범위 속에는 조건을 달지 않고 양보하는 항목이나 구간을 정해 놓아야 한다. 왜냐하면 상대가 당신이 협상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양보해야 할 수도 있다. 만일 당신이 가게에 가서 옷을 살 때 가격표에 10만원이 붙어 있으나 당신은 8만원에 사고 싶다. 그럼 당신의 초기 입장은 6만원이나 6만 5천원쯤이 적당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의 희망가격에 근접할 때까지는 당신이 자연스럽게 양보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초기입장을 고집한다면 상대는 옷 파는 것을 포기할지도 모르므로.

 

 

또한 당신이 절대 양보해서는 안되는 항목이나 구간을 설정해야 한다. 이를 넘어서버리면 협상의 의미가 사라지거나, 당신이 실패하는 경우를 예상하고 그 항목과 구간을 설정하라. 당신의 희망가격이 8만원이지만 꼭 그렇게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9만원이 넘으면 내가 옷을 사지 않겠다’와 같은 구간을 정해야 한다. 후배와의 업무 조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일만큼은 일주일 이내에 끝내야 해. 그렇다면 다른 일정은 조정해보도록 하지”

 

 

 

 

 

 

 

 

4. 양보의 크기를 점차 줄여라.

 

 

처음의 양보와 나중의 양보의 크기가 같다면 당신은 이미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조사에 의하면 ‘상대로부터 양보를 얼마나 받아냈는가?’에 대한 느낌은 양보의 양이 아니라 양보의 회수와 관련이 있다. 결국 양보의 크기를 줄여나가면서 양보의 회수를 늘리면 상대는 여전히 양보를 얻어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앞의 옷 구매 이야기를 예를 든다면 당신의 초기 입장이 6만원이라고 가정하자. 상인은 말도 안된다고 할 것이다. 그래도 당신은 한 번 더 6만원을 요구했다가, 상대가 저항하면 7만원까지 양보한다. 그리고 그 다음은 7만 5천원, 7만 8천원의 순서로 양보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와 정말 장사 잘하시네. 좋아요. (8만원을 내놓으며) 8만원에 합시다’라고 최후통첩을 하라.

 

 

기억하라. 기계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양보하게 되면, 상대는 당신의 양보행동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양보의 크기는 나중에 상대가 지칠만큼 줄여나가라.

 

 

 

 

 

 

 

 

 

양보는 무의식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양보는 철저한 계획에 의해 제공하라. 그러면 당신의 양보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상대도 알게 되고 양측의 관계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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