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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박승주의 협상이야기 #6. 바늘 허리 매어 못쓴다. 2018-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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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 이거 얼마요?

상인 : 70만원입니다.

손님 : 아이고 너무 비싸네. 좀 깎아주시면 안돼요?

상인 : 이게 제가 드릴 수 있는 최고가격입니다. 이미 할인 된 상태입니다.

손님 : 그래도 좀 깎아주세요.

상인 : 안됩니다.

손님 : 너무 비싸서 안되겠네. 다른 데 가야겠네.

상인 : 그러시죠 뭐.

 

우리가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 하다보면 협상이 안되는 상대와는 정말 협상이 어렵다고 한다.

얼마전 우리 나라의 기업인들의 협상력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협상주도력과 사회적 책임감이 조사대상국 중 최하위인 이유가 아마도 충분한 시간이 있는데도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서두르는 조급함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일찍 합의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주도력을 잃고 상대에게 의존하게 되며, 결과가 자기 조직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빠른 결과에 초점을 두고 협상을 하기 때문이다.

 

협상은 분명 시간을 소모하는 일이며,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시간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가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그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는가도 중요하다.

시간이 중요하고 시간이 비용인 것은 분명 맞다. 그러나 필요에 따라서는 시간을 투자해서 그보다 큰 가치를 얻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끔은 지연과 연기 전술을 사용하기도 한다.

 

협상은 합의를 위해 하는 것이지만 합의 자체가 그 목적이 될 수는 없다.

협상은 가치를 얻어내기 위해서 하는 것이므로 얻고자 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이 그 목적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빨리 서둘러 결과를 얻어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조직을 대표로 협상하는 협상가에게 빠른 합의를 재촉하는 것은 상대가 아니고 조직 내부인 경우도 많은 것을 보면 우리는 얼마나 빨리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노력하는지 알 수 있다.

오히려 상대는 시간을 주면서 심사숙고해보라고 하기도 하고, 자신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시간을 달라고 하는데 조직 내부의 상사가 협상시한(Dead Line)을 정하고 압력을 행사한다.

'김과장 그 건 이번 달 안으로 결론 짓는거지?'

'사장님께 보고한 건이니까 서둘러. 가능하면 이번 주 안에 해결하자고'

물론 사안에 따라서는 조직의 사정에 의해 서둘러 결과를 얻어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상사의 압력을 받으면 협상가는 결과의 크기보다 기한내 마무리를 더 신경쓰게 되며, 자칫 의외의 양보까지도 감수하기 쉽다.

 

협상은 충분한 준비와 책임감을 동반한 신중한 논의 그리고 마무리 과정에서 실행과정에서 자칫 일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 잠재적 문제들을 조정해야 한다. 서두르지 않고 충실한 협상의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원칙들을 생각해보자.

 

1. 시간을 계산하고 계획한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주어져 있으며, 얼마만큼의 시간을 활용하여 협상할 것인지 계획해야 한다. 마지막 합의까지 몇번의 회합을 가질 것인지, 처음 논의의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얼마나 사용할 것인지, 상대가 의외로 순순히 합의에 응하게 될 경우 얼마나 시간을 더 두고 논의를 할 것인지를 계획하라.

 

2. 내부적인 합의를 통해서 2차 협상시한까지 설정하라.

 만일 합의가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합의 시간을 연장할 수는 있는지, 그럴 가치가 있는지를 내부에서 정하고 그만큼의 권한을 위임받아야 한다. 또한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내부의 팀과 긴밀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유지하여 유연하게 시간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3. 상대의 동의 시점이 협상의 완료시점이 아님을 명심하라.

 상대가 동의하는 시점이 협상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의외의 동의를 얻어내게 되었을 때는 협상을 이행하는데 있어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과 문제들을 끄집어 내어 좀 더 상세하게 논의하고, 그래도 상대가 합의를 서두르면 설령 이미 결정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중요한 이슈 하나에 대해 양보를 요구하라. 예를 들어 납기나 결제 방법이 합의 되었다면 납기에 대해 좀 더 양보를 요구하라. 그러면 상대가 보이는 반응에 따라 내가 합의할 것인지 좀 더 시간을 끌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4. 협상에서 다루어지는 이슈의 대부분은 협상시한을 앞두고 합의가 된다.

 처음에 상대가 딱딱하고 단호하게 나온다고 해서, 서로의 쟁점만이 날아다니고 합의가 진척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서두를 것은 없다. 협상은 정작 한쪽의 협상시한을 목전에 두고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이런 여유가 곧 포커페이스이며, 협상의 주도력이다. 협상은 반드시 처음 중간 마무리가 있는 과정이다.  

 

'바늘 허리에 매어 못쓴다'는 속담이 있다. 서두르지 마라. 서둘러서 좋은 것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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